동양칼럼/ 자기주도적 학습의 올바른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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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2-05-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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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자기주도적 학습은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최고의 학습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인지 유치원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부터 초중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학원까지 모두들 너나없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들먹인다. 아마도 자녀 양육에 지친 학부모들에게, 학생 교육에 지친 교사들에게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마치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는 달콤한 말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보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잘못 적용되거나 악용될 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쉽게 말하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미성년자인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의미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도록 하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래전 텔레비전에 방영된 프로그램에 5-6세 된 어린 자녀가 아버지의 직장을 혼자서 찾아가는 내용이 있었다. 어린 자녀가 움직이는 주변에는 거리의 행인들까지도 사전에 준비된 사람들을 배치하며, 심지어 예정된 길을 가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비상 요원들이 지나가는 사람인 척 꾸며서 바른 길로 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마침내 직장을 찾아가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기까지 혼자서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99.9%는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 준 것이요, 아이가 한 것은 0.1%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했다고 스스로 느끼게 할 뿐이다. 만약 99.9%의 사전 준비를 게을리한 채 아이 혼자서 아버지 직장을 찾아가라고 방치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목표 달성은커녕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줌으로써 다시는 학습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동안 국가에서 초중고 교사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의 장점을 들어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으로 교육을 하도록 권장해왔기 때문에 교육학을 전공했다는 교육의 전문가인 초중고 교사들도 무의식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새로운 교육의 조류에 따르는 것처럼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일부 교사들은 자습(自習)이라는 것을 마치 자기주도적 학습인양 포장하여 교사의 역할을 게을리한 채 자습 감독이라는 편한 역할을 즐기거나,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미명하에 학습을 학생에게만 맡겨놓지는 않았는지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교사의 도움과 관계없이 학생 스스로가 학습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목표를 세우고, 학습을 위한 여러 자료를 확인한 다음 자신에게 알맞은 학습 방법을 선택해서 실행한 후 그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학습의 필요성 인지에서부터 평가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사의 가르침에 의한 학습이 아니라 학생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학생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지는 학습 활동이다. 근대적인 학습 방법으로 자기주도 학습을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평생교육학자인 말콤 놀즈(Malcolm Knowles)이다. 그는 1968년 발표한 <아동교육이 아닌 성인교육(Andragogy, not pedagogy)>이라는 글에서 성인교육(andragogy)과 아동교육(pedagogy)에는 차이가 있으며, 교사가 주도해야 하는 아동교육에 비해 성인교육은 자기주도 학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기주도 학습이란 성인교육에서 요구되는 것이며 아동교육은 교사가 주도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교육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적용한다면 학생이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교사가 대부분의 역할을 준비하고 시행한다는 것이니 이러한 학습 방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교육 방법인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교육 방법은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들이 학생의 수준과 교육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어서 일방적으로 같은 방법을 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교사들이 힘들고 어렵지만 자기주도적 학습을 올바로 적용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