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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에게 안전한 분리가 왜 중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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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16-03-28 10:24
  • 조회 : 3,5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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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분리의 전제조건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의 형성

[연재] 박동혁의 육아를 부탁해

 

약속 시간이 촉박해 데스크탑에 있는 자료를 USB에 옮긴 후 ‘괜찮겠지’ 하며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뽑아 허겁지겁 외출을 하게 되었다. 꼭 급한 순간에 문제가 터지는 법이다. 중요한 자료를 가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 파일을 열어보니 메모리에 에러가 발생해 자료도 날아가고 메모리도 쓸 수 없게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외부 저장 매체와 본체가 전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분리하는 것은 하드웨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런 낭패를 맛본 후에는 아무리 급해도 꼭 ‘안전분리’ 기능을 실행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문제는 컴퓨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접점을 가지고 있던 대상과 완전히 분리되는 경험이 가져다주는 고통과 스트레스의 크기가 어떠한지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분리' 만큼 어렵고 힘든 사건이 흔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유아의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부모와의 분리와 애착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허그맘
유아의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부모와의 분리와 애착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허그맘

 

초등학교 5학년 우석이는 또래관계의 어려움과 과도한 불안감으로 인한 문제로 엄마와 상담실에 찾아왔다. 또래보다 다소 작은 체구에 소파 구석에 앉아 불안정하게 상담실의 이곳 저곳을 살피는 등 위축되고 긴장된 모습이었고, 틈만 나면 물어뜯는 습관 때문에 손톱 끝 부분은 남아있지 않았고 주변 살점도 벌겋게 헤어져 있었다. 또한 또래들과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목에서는 눈을 심하게 깜빡이고 고개를 반복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발달적 문제가 있음을 짧은 면담으로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의 시작은 네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의 출생시점 부터였다. 맞벌이로 늘 분주하던 엄마는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기에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만삭이 다가오자 너무 힘에 부친 나머지 큰 아이인 우석이를 지방에 있는 할머니 집에 보낸 것이다. 동생이 태어날 것이라는 설명을 미리 했지만 할머니에게 가는 차 안에서 아이는 영문을 몰라 불안해했고 할머니 집에 도착한 첫날에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할머니의 지극 정성으로 아이는 점차 안정을 찾았지만 엄마의 산후조리가 끝나고 1달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집에 도착한 우석이는 처음 보는 아기를 안고 자신을 반기는 엄마를 보자마자 급격하게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엄마는 이것이 틱일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저 눈병이 나서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이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표현이 많지 않은 우석이의 욕구는 지속적으로 무시되었다. 심리검사 결과 우석이에게 만성적인 우울감과 불안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근원은 부모와의 갑작스런 분리 사건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정신분석적으로 유아의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부모와의 분리와 애착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아의 입장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분리를 '외상적 분리(traumatic separation)'라고 한다. 이것은 개인의 성격구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성인기에도 대인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안전한 분리는 건강한 개별화 경험의 필수조건으로 이후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특히 대부분의 정신분석하자들이 제안하는 애착에 결정적 시기인 만 5세 이전의 무리한 분리는 유아동에게 치명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동에게 있어 안전한 분리란 무엇일까? 안전한 분리의 전제조건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의 형성이다. 애착은 양육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의미한다. 아기는 생존을 위해 양육자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 양육자와의 강력한 신체적, 심리적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Ainsworth는 ‘낯선 상황 절차’라는 실험을 통해 아동과 양육자와의 애착의 유형을 구분할 수 있었다. 66% 아동은 안정애착에 해당되며 영아들이 양육자와 분리되어 낯선 곳에 혼자 있게 되면 불안해하지만 돌아오면 바로 진정된다. 반가워하며 신체접촉, 눈맞춤 등의 행동을 보인다.


22%는 불안정-회피 애착으로, 엄마와 별다른 친밀감을 보이지 않으며 엄마가 떠나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엄마와 재회해도 무시하거나 회피한다. 나머지 12%는 불안정-저항 애착으로 엄마가 옆에 있어도 불안해하며 탐색행동을 하지 못하고 엄마가 떠나면 급격한 불안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와도 진정되지 않으며 분노를 표현하고 밀어내는 등 양가적인 감정을 보인다.


인생에서 헤어짐과 중요한 대상과의 분리는 피할 수 없는 경험이며 또한 심리적 독립을 위한 필수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건강한 분리를 위한 배려는 아이들의 발달을 돕는 중요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

 

안정애착을 유도하는 부모는 평소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며 부모가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는 적절한 한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충분히 허용하는 안전기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이가 현재 안정애착 상태가 아니라 해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심리적 특성이 반드시 만 5세까지의 경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건강한 상호작용을 지속할 수 있다면 아동기 이후에도 애착은 보다 긍정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고 자주 안아주며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동참해야 한다.

 

안전한 애착이 이루어진 후의 분리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사춘기 이후 아이들에게는 아동기와 같은 강도 높은 애착보다는 즐거운 분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착과 분리의 문제가 양육에서 얼마나 중요한 경험인지 인식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현명한 부모가 된다면 행복한 유년기와 건강한 청소년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박동혁 칼럼니스트는 심리학 박사로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허그맘 강남본점 대표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아동, 청소년의 학습과 진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습상담과 진로상담을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학습 심리검사인 MLST 학습전략검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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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동혁(1hugmom@naver.com)


[출처 : 베이비뉴스 / 링크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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