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앙팡] 육아 과잉 시대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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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16-01-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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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지친 딸에게 엄마는 말한다. 유난 떨지 않아도 아이는 잘 자란다고. 어린 진주를 동네 사람들에게 맡기고 일을 나갔던 <응답하라 1988>의 선우 엄마도 그런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엄마가 된다는 건 책임져야 할 아이가 생긴다는 의미다. 한 인생을 책임지고 잘 키워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책도 읽고 온라인 커뮤니티도 뒤져가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부할수록 자신감이 붙는 게 아니라 불안해진다. 잘하고 있다고 확인 받고 싶어도 속 시원한 해답을 얻기 힘들다. 그럴수록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아이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지만 확신이 없는 부모의 고민에 대해 여섯 명의 멘토는 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무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조금 덜어 내도 괜찮다고. 지금 있는 그대로 충분히 훌륭한 부모라고.
너무 사랑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세요
육아가 쉽다, 어렵다의 기준은 결국 부모의 선택이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기에 부모는 멘토가 절실하다. 육아관이 불안한 이 시대 부모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부모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세 아들을 서울대에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박혜란 이사장은 하루아침에 성공한 엄마가 되었다. 그 비결을 담아 1996년에 출간한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공부해라” “청소해라” “라면 먹지 마라”는 잔소리 한 번 없이 자유롭게 키웠다는, 믿을 수 없는 조언들로 가득했다. 이후 흔들리는 엄마들의 멘토로 급부상한 박혜란 이사장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과잉 육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고, 정보는 방대해지고, 미래는 불확실해요. 일명 ‘스카이’를 나와도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해도 오래 다니지 못하니 이젠 스카이를 넘어 하버드나 옥스퍼드를 보내야겠다며 아이를 더욱 채찍질합니다. 어정쩡하게 공부해선 루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는 미래를 살아갈 존재임을 잊고 부모 자신이 거쳐온 과거 시점으로 아이를 보니 육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혜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잘 자란 아이는 독립적인 아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간섭하고 공부만 하라고 부추긴 덕분에 아이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을진 몰라도 자기 인생을 스스로 관리하지는 못한다. 이른바 100세 시대다. 인생을 길게 내다보고 관리해야 할 지금, 아이를 자립적으로 키우지 않으면 부모가 100세일 때 70세인 아이가 부모 \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결혼하고도 독립을 못 하는 어른들. 이미 과잉 육아 의 폐해는 시작됐다.
박혜란 이사장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나 자식이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나란히 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아이, 자기 인생은 자기 것임을 아는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자신이 뭘 잘하는지 찾아내는 아이가 잘 자란 아이라고 강조한다. “부모들이 아이를 기다려주질 않아요. 마음이 급해서 이것저것 시키고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안 주죠. 이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의 인생을 뺏는 거죠.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속상해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왜 엄마 뜻대로 하나요? 아이는 아이 뜻대로 사는 거예요.” 사랑하니까 아이의 인생을 설계해준다? 그것은 결코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아이의 인생을, 아이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사랑이다.
부모들의 또 다른 착각은 육아가 과잉 아니면 방치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육아에 올인하지 않 는다고 해서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것이 문제다. “그냥 사랑하세요. 욕심도 줄이고요. 엄마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아이도 저절로 안정됩니다. 불안한 엄마 밑에서 불안한 아이가 크는 거예요.” 시대가 각박해 어쩔 수 없이 과잉 육아를 해야 했다고 토로하는 엄마들, 박혜란 이사장은 그건 본인이 과잉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내가 손을 떼면 아이가 망할 것 같나요? 걱정 마세요.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아이는 큽니다.”
흔들려도 괜찮다
결국은 인생관의 문제다. 인생을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치열한 고민이 없는 부모에게 양육은 너무도 어려운 과제다. 박혜란 이사장은 부모가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찰 없이 “난 ‘바담풍’ 해도 넌 ‘바람풍’ 해” 식의 양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얼마전 출간한 <엄마공부> 역시 흔들리는 부모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자신도 아이를 키우며 흔들릴 때마다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를 필사하며 마음을 다잡았듯 자신의 지난 저서들과 실제 육아에 도움이 됐던 글귀들을 모은 책이다. “육아 정보를 주려는 게 아니에요. 각자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럴 순 없죠. 그저 난 이렇게 살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떠냐, 묻는 거예요.”
할머니가 된 지금도 육아관은 여전하다. 자유롭게 키우기, 스킨십 많이 하기, 같이 놀아주기. 물론 손자들의 교육은 온전히 며느리의 몫이라며 웃는 박혜란 이사장에게 지난 육아에서 후회되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여행을 자주 못 한 게 아쉬워요. 그랬으면 지금쯤 세 아들 모두 식물 이름을 더 많이 알았을 거예요. 애들이 감자꽃을 모르더라고요.”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부모나 자식이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나란히 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공동육아, 대안이 될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육아관이 맞는 5가구 이상의 부모들이 모여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서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꾸려지며,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이러한 공동육아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단체다. 어린이집 커리큘럼은 놀이와 생태 교육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박혜란 이사장은 부모들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의 공동체적 육아 방식이 과잉 육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의 대상이 아닌 가족 공동체 구성원이 되어 아이는 수십 명의 든든한 부모를, 부모는 자신의 육아관을 뚝심 있게 펼칠 수 있는 동지를 만날 수 있다.
내일의 불안을 덜어내면 진하게 사랑할 오늘이 보여요
에디터는 엄마가 된 후 수많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대부분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불안했고,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버거웠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을 만나 “나의 생활을 좀먹는 이 불안들을 좀 내려놓을 수 없을까요?”라고 질문한 뒤, 곧 불안을 덜어내는 해답을 얻었다. 아이와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아이에게 어떤 미래를 주시려고요? 그냥 사랑을 주세요
“누구나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요. 그 누구도 미래의 답을 알 수 없으니까요. 부모가 되면 더 많은 불안이 찾아오죠. 아이를 사랑할수록 더 불안해져요.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 불안에 휘둘려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되겠죠. 육아의 본질은 하루하루 아이를 사랑하며 사는 거니까요.” 그는 대한민국 부모들이 더 불안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라고 했다. 유년 시절 성과 위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부모가 결과 지향적인 육아를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는 것은 부모의 본능이지만, 반드시 잘 자라야 한다는 강박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모두 차단해버려 미래를 걱정하는 불안한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내일 나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죠. 아이가 내 뜻대로 자라주지 않을 수도 있고,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불안을 덜어내는 시작이에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길이니까요.” 그러고 나면 아이와 보내는 오늘의 행복이 보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우리가 함께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길 거라고 말이다.
육아에 정답은 없어요. 부모인 나를 믿으세요
“요즘은 주위에 부모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서점 한 코너를 다 차지하고 있는 갖가지 태교 책들을 보면, 태교 책이 줄어들면 그만큼 부모의 불안감도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태교, 물리태교, 영어태교 이런 것들이 바쁜 현실을 사는 엄마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얘기잖아요. 물론 아빠를 육아에 참여하게 하고, 임신 중인 엄마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등 태교의 좋은 취지도 있지만 과잉되다 보니 오히려 부모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는 언젠가부터 일기 시작한 애착육아 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모와의 좋은 애착 관계가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애착의 정도는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매순간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주파수를 맞춰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바쁜 엄마들에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이론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 정서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이론대로 키우면 영재가 될 것처럼 논리를 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부모들은 아이가 조금만 울어도 불안하고,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을 겁낸다. 워킹맘의 마음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오랜 시간 변치 않고 일관되게 사랑과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애착 육아의 정도예요. 내가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현재 나의 생활에 집중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그리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이게 정말 좋은 부모가 아닐까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아껴서 아이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인 자신을 믿으세요. 육아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아껴서 아이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인 자신을 믿으세요.
서천석이 제안하는, 불안을 줄여주는 꿀팁 “과거의 일상을 복원하세요”
부모가 되면 일차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취미생활, 친구와의 술자리, 운동 등 내가 지금까지 안정감 있게 살아올 수 있도록 해주던 일상의 행복이 깨지기 때문이다.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허무감을 느낀다면 과거의 일상을 복원해보길 권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잠시 중단했던 것을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다.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은 분명 부모가 된 당신에게 힐링 타임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정답이에요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육아 이야기, 남편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엄마들은 “아이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불쌍하다” “내가 왜 그렇게 짜증을 냈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했다. 든든한 남편이 곁이 있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자꾸 눈물이 나고 짜증이 나는 이유가 뭘까? 너무 잘 하려는 마음이 엄마도 아이도 망친다.

함규정 한국감성스킬센터 센터장
마음이 왜 이러지?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이듯, 엄마에게도 아이가 전부다. 아이가 태어나면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꼬물이’에게 온 마음을 쏟아붓는다. 아이가 배고파하면 밥을 먹이고,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잠들었던 아이가 깨면 얼른 안아올려 토닥인다. 예쁜 아이가 와준 건 감사한 일이지만, 엄마의 삶은 생각보다 많이 변한다. 아이에게 맞추느라 밥을 편히 먹지도, 잠을 제때 자지도 못한다. 한밤중에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다 보면 극기훈련이 끝나는 날이 오기나 할까 싶다. 그러다 보면 불쑥 짜증이 밀려들고, 그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감정코칭전문가 함규정 센터장 역시 아이를 낳아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할 때 그랬다. “답답함과 짜증을 느낄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불쑥불쑥 화를 냈어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던 때라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힘들다고 말해도 위로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다 그렇게 아이 키운다’ ‘어쩜 그렇게 자기밖에 모르니?’라는 말만 들었죠. 그럴 때마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책을 사들였어요. 힘들 때다 도움이 될 만한 글귀들을 찾아 봤죠. 속 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요. 무엇보다 위로받고 싶었던 거예요. 다 괜찮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면서 온 마음을 쏟으며 육아에 집중하는데, 엄마는 왜 아이에게 미안해할까? 함 센터장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고,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어떤 교육이 좋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감정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하면서, 그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 설정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아요. 너무 열심히, 완벽하려고 하면 자꾸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삶의 균형이 깨지고 다른 영역에 문제가 생겨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아이는 엄마의 습격을 당하는 거죠. 잘할 필요도 없는데 너무 잘해보려다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거예요. 어차피 엄마 역할에는 정답도 자격증도 없어요. 내 아이에게는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아야 편해져요.”
집안의 감정을 지배하는 자
엄마의 감정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엄마의 감정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진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의존하는 어린아이일수록 쉽게 전염된다. 엄마가 짜증내고 답답해하면 아이에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과 표현 습관도 학습된다. 반대로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한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 알고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알 수 없이 가족에게 짜증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세요. 육아 때문에 생긴 우울함, 짜증, 화, 슬픔, 불안 등의 감정이 생겼다면 억누르기보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조치를 취하면 돼요. 그런 감정을 갖게 된 이유를 찾고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면 돼요. 힘들고 불편한 감정을 덜어내면 보세요. 그러면 엄마도 아이도 행복해질 거예요.”
엄마의 감정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해진다. 반대로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한다.
육아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법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육아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엄마 스스로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아내 힘들게 하는 감정을 덜어내면 육아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1 무엇을 하면 행복해지나 묻기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겁고 힘을 얻는지 마음에 물어본다.
2 버킷리스트 만들기 아이나 남편이 아니라 온전히 엄마만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TV 드라마 보기, 맛있는 외식하기 등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좋다.
3 아주 짧게라도 위로 시간 갖기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아이를 돌보느라 바쁘고, 낮잠이라도 잘 때는 집안일하느라 바쁘지만 단 5~10분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토막 내서라도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맛있는 커피를 마신다. 나만의 비법이 없다면 지금 하나라도 만든다.
4 감정 풀이 노트 쓰기 감정은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의 감정을 다독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지금껏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아침밥 먹을 때 남편이 반찬 투정을 했다. 얄밉다. 남편이 좋아하는 과일을 주지 않고, 나 혼자 먹을 예정. 소소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독이고 매듭을 풀어주면 된다.
부모면허 가지고 있나요?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장난감을 집어던졌다. 깜짝 놀란 엄마는 인터넷 검색창에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라고 입력한다. 블로그, 지식백과, 기사까지 ‘공격’과 관련된 솔루션이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걸까?

홍순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시대
부모가 육아를 전담하는 시대, 육아에 집중하는 시대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하고, 아이를 키우는 데 모든 힘을 쓴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면서 많은 기대를 한다. 부모 스스로에게 가혹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만능육아>의 저자인 홍순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녀의 삶에서 부모가 책임질 수 없는 것까지 책임지려는 시대, 무거운 부담감에 짓눌리며 자녀를 양육하는 시대, 그래서 부모가 자꾸만 자기 자신과 아이를 몰아치는 시대”라고 요즘 육아 세태를 꼬집는다. 과거와 달리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고 재능을 살리면 성공할 수 있다.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만큼 성공의 영광도, 실패의 책임도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데도 말이다. 육아도 마찬가지인데, 아이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우니 그 책임을 부모가 떠맡는다. 부모의 심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쓸모없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기 쉽다. “아이도 어른도 우울증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런 영향이 있을 거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부모도 면허가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해법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법이 제시된다. 육아서나 정보를 찾아봐도 어느 정도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다. 확신이 없는 부모는 과잉 정보 속에서 갈팡질팡한다. 단편적인 정답만 찾을 뿐 숨은 원리와 풀이 과정을 놓쳤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다르고 아이마다 다르다.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아이를 키우니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해답지를 보고 답은 맞혔지만 아주 조금 바뀐 응용 문제를 만나면 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본만 알면 충분하다
한 달에 400여 건 상담을 하는 홍 교수는 운전면허나 의사면허처럼 ‘부모면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차를 몰아보고 잘 안 되면 그때 가서 운전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없다. 면허 시험에 통과해야 운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양육은 저절로 되는 줄 안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고 잘 안 되면 그때 가서 공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운전면허 시험이 운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지식과 기술을 알고 있는지를 시험하듯, 부모면허도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만 알면 된다. “아이와 부모의 다양한 고민을 대하면서 양육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며 변하지 않는 절대 원칙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애착, 훈육, 자립의 원칙을 적용하고 되짚으면 된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겨 상담하러 온 부모가 ‘이럴 때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죠?’라고 물으면, ‘아이가 그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라고 되묻는다. 기본으로 돌아가 천천히 되짚으면 지금의 문제를 만들어낸 근원을 찾아내고 어려움을 푸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양육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며 변하지 않는 절대 원칙이 있다. 운전면허 시험이 운전자를 대단한 카레이서로 만드는 시험이 아니듯 부모면허도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만 알면 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만능 양육
1 경쟁하는 마음을 비운다 아이를 키우는 건 경쟁이 아니다. 홍순범 교수는 “내 아이가 될성부른 떡잎이면 더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생각하며 겸허해지고, 부실한 떡잎이면 크기를 비교하지 말고 키운다. 내 품에 초대한 귀한 손님을 감사히 맞이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르고자 노력하며, 자립시키고 유유히 떠나는 게 부모다”라고 했다. 부모가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양육에 임하면, 넘쳐나는 정보나 그동안 휘둘려오던 과잉 육아에서 조금 덜어내도 괜찮다 싶은 부분이 생길 것이다.
2 일찍 배우는 게 유리하다 양육의 기본 원리인 애착, 훈육, 자립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훈육이 잘될 리가 없다. 일찍 배워놓고 아이의 성장과 발달 단계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아이를 낳기에 앞서 혹은 양육 초기부터 말이다. 키우다가 중간부터 잘하기란 어렵다.
3 부모가 무너지면 아이도 무너진다 비행기 안전지침을 보면 아이나 노인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기 전에 본인이 먼저 쓰는 것처럼 양육에도 이런 안전지침이 필요하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희생과 인내심을 발휘하다가 더는 버티기 힘들 때가 있다. 부모가 무너지면 결국 아이에게도 불똥이 튄다.
4 시행착오를 겪어도 괜찮다 초보 운전자가 다양한 운전 경험을 통해 베테랑이 되듯, 양육 초보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문가로 거듭난다.
너무 사랑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세요
육아가 쉽다, 어렵다의 기준은 결국 부모의 선택이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기에 부모는 멘토가 절실하다. 육아관이 불안한 이 시대 부모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부모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세 아들을 서울대에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박혜란 이사장은 하루아침에 성공한 엄마가 되었다. 그 비결을 담아 1996년에 출간한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공부해라” “청소해라” “라면 먹지 마라”는 잔소리 한 번 없이 자유롭게 키웠다는, 믿을 수 없는 조언들로 가득했다. 이후 흔들리는 엄마들의 멘토로 급부상한 박혜란 이사장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과잉 육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고, 정보는 방대해지고, 미래는 불확실해요. 일명 ‘스카이’를 나와도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해도 오래 다니지 못하니 이젠 스카이를 넘어 하버드나 옥스퍼드를 보내야겠다며 아이를 더욱 채찍질합니다. 어정쩡하게 공부해선 루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는 미래를 살아갈 존재임을 잊고 부모 자신이 거쳐온 과거 시점으로 아이를 보니 육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혜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잘 자란 아이는 독립적인 아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간섭하고 공부만 하라고 부추긴 덕분에 아이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을진 몰라도 자기 인생을 스스로 관리하지는 못한다. 이른바 100세 시대다. 인생을 길게 내다보고 관리해야 할 지금, 아이를 자립적으로 키우지 않으면 부모가 100세일 때 70세인 아이가 부모 \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결혼하고도 독립을 못 하는 어른들. 이미 과잉 육아 의 폐해는 시작됐다.
박혜란 이사장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나 자식이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나란히 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아이, 자기 인생은 자기 것임을 아는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자신이 뭘 잘하는지 찾아내는 아이가 잘 자란 아이라고 강조한다. “부모들이 아이를 기다려주질 않아요. 마음이 급해서 이것저것 시키고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안 주죠. 이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의 인생을 뺏는 거죠.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속상해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왜 엄마 뜻대로 하나요? 아이는 아이 뜻대로 사는 거예요.” 사랑하니까 아이의 인생을 설계해준다? 그것은 결코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아이의 인생을, 아이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사랑이다.
부모들의 또 다른 착각은 육아가 과잉 아니면 방치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육아에 올인하지 않 는다고 해서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것이 문제다. “그냥 사랑하세요. 욕심도 줄이고요. 엄마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아이도 저절로 안정됩니다. 불안한 엄마 밑에서 불안한 아이가 크는 거예요.” 시대가 각박해 어쩔 수 없이 과잉 육아를 해야 했다고 토로하는 엄마들, 박혜란 이사장은 그건 본인이 과잉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내가 손을 떼면 아이가 망할 것 같나요? 걱정 마세요.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아이는 큽니다.”
흔들려도 괜찮다
결국은 인생관의 문제다. 인생을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치열한 고민이 없는 부모에게 양육은 너무도 어려운 과제다. 박혜란 이사장은 부모가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찰 없이 “난 ‘바담풍’ 해도 넌 ‘바람풍’ 해” 식의 양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얼마전 출간한 <엄마공부> 역시 흔들리는 부모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자신도 아이를 키우며 흔들릴 때마다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를 필사하며 마음을 다잡았듯 자신의 지난 저서들과 실제 육아에 도움이 됐던 글귀들을 모은 책이다. “육아 정보를 주려는 게 아니에요. 각자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럴 순 없죠. 그저 난 이렇게 살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떠냐, 묻는 거예요.”
할머니가 된 지금도 육아관은 여전하다. 자유롭게 키우기, 스킨십 많이 하기, 같이 놀아주기. 물론 손자들의 교육은 온전히 며느리의 몫이라며 웃는 박혜란 이사장에게 지난 육아에서 후회되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여행을 자주 못 한 게 아쉬워요. 그랬으면 지금쯤 세 아들 모두 식물 이름을 더 많이 알았을 거예요. 애들이 감자꽃을 모르더라고요.”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부모나 자식이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나란히 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공동육아, 대안이 될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육아관이 맞는 5가구 이상의 부모들이 모여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서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꾸려지며,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이러한 공동육아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단체다. 어린이집 커리큘럼은 놀이와 생태 교육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박혜란 이사장은 부모들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의 공동체적 육아 방식이 과잉 육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의 대상이 아닌 가족 공동체 구성원이 되어 아이는 수십 명의 든든한 부모를, 부모는 자신의 육아관을 뚝심 있게 펼칠 수 있는 동지를 만날 수 있다.
내일의 불안을 덜어내면 진하게 사랑할 오늘이 보여요
에디터는 엄마가 된 후 수많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대부분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불안했고,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버거웠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을 만나 “나의 생활을 좀먹는 이 불안들을 좀 내려놓을 수 없을까요?”라고 질문한 뒤, 곧 불안을 덜어내는 해답을 얻었다. 아이와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아이에게 어떤 미래를 주시려고요? 그냥 사랑을 주세요
“누구나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요. 그 누구도 미래의 답을 알 수 없으니까요. 부모가 되면 더 많은 불안이 찾아오죠. 아이를 사랑할수록 더 불안해져요.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 불안에 휘둘려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되겠죠. 육아의 본질은 하루하루 아이를 사랑하며 사는 거니까요.” 그는 대한민국 부모들이 더 불안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라고 했다. 유년 시절 성과 위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부모가 결과 지향적인 육아를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는 것은 부모의 본능이지만, 반드시 잘 자라야 한다는 강박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모두 차단해버려 미래를 걱정하는 불안한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내일 나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죠. 아이가 내 뜻대로 자라주지 않을 수도 있고,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불안을 덜어내는 시작이에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길이니까요.” 그러고 나면 아이와 보내는 오늘의 행복이 보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우리가 함께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길 거라고 말이다.
육아에 정답은 없어요. 부모인 나를 믿으세요
“요즘은 주위에 부모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서점 한 코너를 다 차지하고 있는 갖가지 태교 책들을 보면, 태교 책이 줄어들면 그만큼 부모의 불안감도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태교, 물리태교, 영어태교 이런 것들이 바쁜 현실을 사는 엄마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얘기잖아요. 물론 아빠를 육아에 참여하게 하고, 임신 중인 엄마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등 태교의 좋은 취지도 있지만 과잉되다 보니 오히려 부모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는 언젠가부터 일기 시작한 애착육아 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모와의 좋은 애착 관계가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애착의 정도는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매순간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주파수를 맞춰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바쁜 엄마들에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이론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 정서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이론대로 키우면 영재가 될 것처럼 논리를 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부모들은 아이가 조금만 울어도 불안하고,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을 겁낸다. 워킹맘의 마음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오랜 시간 변치 않고 일관되게 사랑과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애착 육아의 정도예요. 내가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현재 나의 생활에 집중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그리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이게 정말 좋은 부모가 아닐까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아껴서 아이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인 자신을 믿으세요. 육아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아껴서 아이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인 자신을 믿으세요.
서천석이 제안하는, 불안을 줄여주는 꿀팁 “과거의 일상을 복원하세요”
부모가 되면 일차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취미생활, 친구와의 술자리, 운동 등 내가 지금까지 안정감 있게 살아올 수 있도록 해주던 일상의 행복이 깨지기 때문이다.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허무감을 느낀다면 과거의 일상을 복원해보길 권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잠시 중단했던 것을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다.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은 분명 부모가 된 당신에게 힐링 타임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정답이에요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육아 이야기, 남편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엄마들은 “아이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불쌍하다” “내가 왜 그렇게 짜증을 냈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했다. 든든한 남편이 곁이 있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자꾸 눈물이 나고 짜증이 나는 이유가 뭘까? 너무 잘 하려는 마음이 엄마도 아이도 망친다.

함규정 한국감성스킬센터 센터장
마음이 왜 이러지?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이듯, 엄마에게도 아이가 전부다. 아이가 태어나면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꼬물이’에게 온 마음을 쏟아붓는다. 아이가 배고파하면 밥을 먹이고,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잠들었던 아이가 깨면 얼른 안아올려 토닥인다. 예쁜 아이가 와준 건 감사한 일이지만, 엄마의 삶은 생각보다 많이 변한다. 아이에게 맞추느라 밥을 편히 먹지도, 잠을 제때 자지도 못한다. 한밤중에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다 보면 극기훈련이 끝나는 날이 오기나 할까 싶다. 그러다 보면 불쑥 짜증이 밀려들고, 그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감정코칭전문가 함규정 센터장 역시 아이를 낳아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할 때 그랬다. “답답함과 짜증을 느낄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불쑥불쑥 화를 냈어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던 때라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힘들다고 말해도 위로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다 그렇게 아이 키운다’ ‘어쩜 그렇게 자기밖에 모르니?’라는 말만 들었죠. 그럴 때마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책을 사들였어요. 힘들 때다 도움이 될 만한 글귀들을 찾아 봤죠. 속 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요. 무엇보다 위로받고 싶었던 거예요. 다 괜찮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면서 온 마음을 쏟으며 육아에 집중하는데, 엄마는 왜 아이에게 미안해할까? 함 센터장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고,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어떤 교육이 좋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감정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하면서, 그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 설정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아요. 너무 열심히, 완벽하려고 하면 자꾸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삶의 균형이 깨지고 다른 영역에 문제가 생겨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아이는 엄마의 습격을 당하는 거죠. 잘할 필요도 없는데 너무 잘해보려다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거예요. 어차피 엄마 역할에는 정답도 자격증도 없어요. 내 아이에게는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아야 편해져요.”
집안의 감정을 지배하는 자
엄마의 감정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엄마의 감정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진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의존하는 어린아이일수록 쉽게 전염된다. 엄마가 짜증내고 답답해하면 아이에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과 표현 습관도 학습된다. 반대로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한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 알고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알 수 없이 가족에게 짜증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세요. 육아 때문에 생긴 우울함, 짜증, 화, 슬픔, 불안 등의 감정이 생겼다면 억누르기보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조치를 취하면 돼요. 그런 감정을 갖게 된 이유를 찾고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면 돼요. 힘들고 불편한 감정을 덜어내면 보세요. 그러면 엄마도 아이도 행복해질 거예요.”
엄마의 감정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해진다. 반대로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한다.
육아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법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육아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엄마 스스로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아내 힘들게 하는 감정을 덜어내면 육아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1 무엇을 하면 행복해지나 묻기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겁고 힘을 얻는지 마음에 물어본다.
2 버킷리스트 만들기 아이나 남편이 아니라 온전히 엄마만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TV 드라마 보기, 맛있는 외식하기 등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좋다.
3 아주 짧게라도 위로 시간 갖기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아이를 돌보느라 바쁘고, 낮잠이라도 잘 때는 집안일하느라 바쁘지만 단 5~10분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토막 내서라도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맛있는 커피를 마신다. 나만의 비법이 없다면 지금 하나라도 만든다.
4 감정 풀이 노트 쓰기 감정은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의 감정을 다독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지금껏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아침밥 먹을 때 남편이 반찬 투정을 했다. 얄밉다. 남편이 좋아하는 과일을 주지 않고, 나 혼자 먹을 예정. 소소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독이고 매듭을 풀어주면 된다.
부모면허 가지고 있나요?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장난감을 집어던졌다. 깜짝 놀란 엄마는 인터넷 검색창에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라고 입력한다. 블로그, 지식백과, 기사까지 ‘공격’과 관련된 솔루션이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걸까?

홍순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시대
부모가 육아를 전담하는 시대, 육아에 집중하는 시대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하고, 아이를 키우는 데 모든 힘을 쓴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면서 많은 기대를 한다. 부모 스스로에게 가혹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만능육아>의 저자인 홍순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녀의 삶에서 부모가 책임질 수 없는 것까지 책임지려는 시대, 무거운 부담감에 짓눌리며 자녀를 양육하는 시대, 그래서 부모가 자꾸만 자기 자신과 아이를 몰아치는 시대”라고 요즘 육아 세태를 꼬집는다. 과거와 달리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고 재능을 살리면 성공할 수 있다.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만큼 성공의 영광도, 실패의 책임도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데도 말이다. 육아도 마찬가지인데, 아이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우니 그 책임을 부모가 떠맡는다. 부모의 심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쓸모없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기 쉽다. “아이도 어른도 우울증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런 영향이 있을 거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부모도 면허가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해법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법이 제시된다. 육아서나 정보를 찾아봐도 어느 정도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다. 확신이 없는 부모는 과잉 정보 속에서 갈팡질팡한다. 단편적인 정답만 찾을 뿐 숨은 원리와 풀이 과정을 놓쳤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다르고 아이마다 다르다.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아이를 키우니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해답지를 보고 답은 맞혔지만 아주 조금 바뀐 응용 문제를 만나면 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본만 알면 충분하다
한 달에 400여 건 상담을 하는 홍 교수는 운전면허나 의사면허처럼 ‘부모면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차를 몰아보고 잘 안 되면 그때 가서 운전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없다. 면허 시험에 통과해야 운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양육은 저절로 되는 줄 안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고 잘 안 되면 그때 가서 공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운전면허 시험이 운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지식과 기술을 알고 있는지를 시험하듯, 부모면허도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만 알면 된다. “아이와 부모의 다양한 고민을 대하면서 양육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며 변하지 않는 절대 원칙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애착, 훈육, 자립의 원칙을 적용하고 되짚으면 된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겨 상담하러 온 부모가 ‘이럴 때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죠?’라고 물으면, ‘아이가 그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라고 되묻는다. 기본으로 돌아가 천천히 되짚으면 지금의 문제를 만들어낸 근원을 찾아내고 어려움을 푸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양육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며 변하지 않는 절대 원칙이 있다. 운전면허 시험이 운전자를 대단한 카레이서로 만드는 시험이 아니듯 부모면허도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만 알면 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만능 양육
1 경쟁하는 마음을 비운다 아이를 키우는 건 경쟁이 아니다. 홍순범 교수는 “내 아이가 될성부른 떡잎이면 더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생각하며 겸허해지고, 부실한 떡잎이면 크기를 비교하지 말고 키운다. 내 품에 초대한 귀한 손님을 감사히 맞이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르고자 노력하며, 자립시키고 유유히 떠나는 게 부모다”라고 했다. 부모가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양육에 임하면, 넘쳐나는 정보나 그동안 휘둘려오던 과잉 육아에서 조금 덜어내도 괜찮다 싶은 부분이 생길 것이다.
2 일찍 배우는 게 유리하다 양육의 기본 원리인 애착, 훈육, 자립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훈육이 잘될 리가 없다. 일찍 배워놓고 아이의 성장과 발달 단계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아이를 낳기에 앞서 혹은 양육 초기부터 말이다. 키우다가 중간부터 잘하기란 어렵다.
3 부모가 무너지면 아이도 무너진다 비행기 안전지침을 보면 아이나 노인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기 전에 본인이 먼저 쓰는 것처럼 양육에도 이런 안전지침이 필요하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희생과 인내심을 발휘하다가 더는 버티기 힘들 때가 있다. 부모가 무너지면 결국 아이에게도 불똥이 튄다.
4 시행착오를 겪어도 괜찮다 초보 운전자가 다양한 운전 경험을 통해 베테랑이 되듯, 양육 초보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문가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