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육아우울증에 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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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육아우울증에 걸린 걸까?
맘앤앙팡 입력 2015.04.16 01:33 수정 2015.04.16 10:09
'그것은 공포와 충격, 수치심'이었다. 미국 여배우 브룩 쉴즈는 출산 후 경험한 우울증을 이 세 단어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엄마 85%가 아이를 키우며 우울한 감정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출산 직후 경험하는 산후우울증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이를 키우며 겪는 육아우울증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이자,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육아우울증의 특징과 치료법을 속 시원히 알아본다.
엄마가 우울할 때, 자녀에게 생길 수 있는 일
호주 멜버른 소재 6개 병원에서 첫아이를 낳은 여성 1천5백7 명을 조사한 결과 아기를 낳고 4년 후 우울증 증세가 최고조 에 달했다. 아이가 하나인 여성의 경우 4년 뒤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23%로, 아이가 둘 이상인 여성(11%)에 비해 2배 수준 인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머독어린이연구협회
아동 1만7백명을 대상으로 신체발달 상태를 조사했다. 출산 후 중증 이상의 우울증을 겪은 엄마의 아이들은 우울증이 경 미하거나 없었던 엄마의 아이들에 비해 4세 때 키가 하위 10% 미만일 확률이 40% 높고, 5세 때는 48%로 더 높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파멜라 수칸(Pamela J. Surkan) 교수
우울증을 겪는 엄마와 자녀 115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를 실시하자 자녀들의 불안장애, 우울증, 파괴적인 행동 등이 개 선됐다.- 미국 정신건강협회, 'STAR*D-Child'와의 공동연구 결과
출산 후 우울증을 겪은 58명을 포함한 첫 출산 여성 1백명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16년간 조사한 결과, 우울증을 겪은 여성 의 자녀 41.5%가 나중에 우울 증세를 보였다. 반면 출산 후 우 울증을 겪지 않은 여성의 자녀는 12.5%만이 우울 증세를 보였 다.- 영국 리딩 대학의 린 머리 박사
엄마와 아이 1만3천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증을 앓 고 있고 배우자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한 여성 2명 중 1명꼴로 아이를 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이나 가정 폭력 중 한 가지 문제가 있는 엄마는 3명 중 1명꼴로 아이를 때리는 반면 우울증과 가정 폭력이 모두 없는 엄마는 4명 중 1명꼴로 아이 를 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보스턴병원 연구진, 아동 질환기록(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
엄마의 육아우울증은 아동학대와 방치의 중대한 위험인자다
"육아우울증에 걸린 엄마에게 양육된 아이들은 정서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인지발달과 운동발달 모두 같은 또래에 비해 늦다. 이러한 엄마들은 실생활에서 아이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자주 다치기도 하고, 아이를 신체적으로 벌 주는 일이 빈번하다. 학계에서는 육아우울증을 아동학대나 방치의 중대한 위험인자로 꼽고 있다."- 김태 교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육아우울증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하는 아이의 정서와 성장에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육아우울증에 걸린 여성은 무기력감, 의욕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인해 아이 양육을 포함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하는 0~3세 아이는 정서적 지지 부족, 영양 결핍 등을 겪을 수 있고, 정상적인 정서발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드물게는 증상이 극심해 정신증적 증상이 동반될 경우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위험성도 있다."- 함병주(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출산 후 한 달 안에 발생하면 산후우울증, 육아 스트레스가 원인이면 육아우울증으로 진단한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우울증을 일컫는다. 아이에게 엄마의 도움이 가장 절실 한 생후 1개월 이내의 시기에 발생하는 산후우울증은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상태이므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육아우울증은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생하는 우울증을 뜻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르지 않다. 다만 우울증의 원인이 심한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것 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육아우울증이나 산후우울증은 우울증 치료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산 후정신병의 경우에는 환청, 망상, 자해 또는 아기를 해치려는 시도까지 할 수 있으므로 집중적인 정신 과 치료가 필요하다.
육아우울증에 관한 오해 ❶
X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우울하면 모두 육아우울증이다?
육아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산후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 이내에 시작된 우울증상이다. 하지만 산 후우울증을 경험하는 여성의 상당수가 임신 시부터 우울증을 경험 하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산후우울증이라는 말보다 주산기 우 울증(peripartum depres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렵고 심한 경우 엄마와 아이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 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육아우울증에 관한 오해 ❷
O
모유수유 중 우울증을 치료하는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된다?
육아우울증은 부작용이 적은 항우울제가 개발되어 있으므로 안심 하고 치료 받을 수 있다. 써트랄린sertraline, 피록세틴paroxetine 같은 항우울제는 모유를 먹는 아기의 혈중에서 검출되지 않아 비 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모 유수유 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막연한 우려가 있었지만, 우울증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항우울제로 치료한다면 모유수유 중에도 안전하게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
육아우울증에 관한 오해 ❸
O
아빠도 육아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아빠의 육아우울증은 우울한 엄마의 경우와 현상적으로는 크게 다 르지 않다. 한 연구에서는 '우울한 아빠들이 아이를 때리는 경우가 더 많고, 책을 읽어 주는 경우가 더 적다'고 보고하였다. 또 다른 연 구에서는 '우울한 아빠들이 아이들의 활동에 참여가 저조하고 육아 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자주 표현한다'고 한다. 부모가 모두 우울증 을 앓는 경우 소아기 또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더욱 부정적인 결 과로 이어진다. 반면 엄마가 우울하더라도 아빠가 우울하지 않고 육 아에 긍정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엄마의 우울증이 어느 정도 약화되 고 아이들의 문제행동 발생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와 아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남편의 우울증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육아우울증에 관한 오해 ❹
X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다?
육아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하거나 의지가 박약해서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지속적인 스 트레스에 대한 뇌의 대응이 한계를 넘어서면서 우울증이 발생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증상을 자책하거나 숨기는 것은 옳지 않다.
※육아우울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종일 우울한 기분이 반복된다.
□ 도무지 즐거 운 일이 없다.
□ 불면증에 시달린다.
□ 체중이 줄고 입맛이 없다.
□ 안절부절 못하거나 몸이 처져 있다.
□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뭔가를 결정하지 못한다.
□ 자산이 무가치하게 느껴지 고 부적절하게 죄책감을 느낀다.
□ 죽음, 자살에 관한 생각이 나거나 시도 경험 혹은 계획이 있다.
★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1, 2번 중 하나는 필수)
함병주 교수의 멘탈 테라피
"우울감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라"
❶ 슈퍼우먼은 없다
모든 성격에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강박적이거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더 취약할 수 있다. 또한 주요 우울장애 또는 양극성 장애 등의 가족력이 있거나 이전에 산후우울증을 포함한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육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발생과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육아와 관련된 경제적, 가족 내 지지체계 등의 문제 또는 분만 후유증이 있거나 계획 임신이 아닐 경우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대화돼 육아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❷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하라
스트레스를 겪을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감정 기복, 슬픔, 우울감 등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점점 심해지거나 2주 이상 지속되고 수면 및 식욕에 영향을 준다면 가급적 빨리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증상을 알고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 내 면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등의 심리사회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심한 우울감과 동반하여 불면증, 식욕 저하 및 체중 감소, 자살 사고, 정신증적 증상을 호소할 경우에는 항우울제를 포함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❸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해소하라
우울증의 소인이 있는 엄마에게 호르몬의 불균형 또는 육아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육아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취미 활동이나 가족과의 공감 등을 통해 일상에서 육아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관심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태 교수의 멘탈 테라피
"육아우울증 치료의 핵심은 우울증을 인지하는 것"
❶ '나'에게 관심을 갖자
자신의 증상 또는 배우자의 증상을 평소의 모습과 다른 우울증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치료를 받을 생각도 하게 된다. 따라서 우울증에 대해 알고 자신을 점검해 보는 일이 가장 중요 한 치료의 첫 단계다. 증상이 심해져 육아우울증 혹은 산후우울증이 의심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❷ 우울감이 사라져도 6개월간 꾸준히 치료 받을 것
치료 기간은 환자의 반응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증상 이 사라진 후에도 6개월 정도 치료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항우울제 처방 외에 개인상담, 부부상 담, 가족상담 등의 심리적인 접근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❸ 남편의 한마디가 육아우울증을 치료한다
항상 정답은 단순한 곳에 있다.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잠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게 되는 육아 스트레스의 특성을 생각할 때, 남편의 작은 노력이 아 내의 육아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아이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육체의 휴식과 더불어 정신적 피로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때 부부 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내에게 꼭 물어보고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의 사소통 과정 자체가 치료에 도움이 되며,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요령이다.
도움말
김태(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함병주(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일러스트정지연, 최익견 |글김경민(자유기고가)
기자/에디터 :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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