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재활용 장난감으로 아이의 마음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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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13-02-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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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장난감으로 아이의 마음을 얻다
100인의 아빠단 '항상 일만 하는 아빠'님의 이야기
아빠들이 아이와 시간을 갖지 못 하는 이유를 '바빠서...'라고 말한다.
오늘 소개할 '항상 일만 하는 아빠'님도 다르지 않았다.
매일매일 출근하는 바쁜 일상속에 아이와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던 것.
그러나 어느날, 아빠를 무서워하는 아이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를 위해 그린 작은 그림 하나로 시작된 변화는 어느새 100여개가 넘는 게임을 만들게 되었다.
어느덧 '웃긴 아빠', '보면 아이 낳고 싶어지는 블로그'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이 남자.
아이를 위해서 큰 것을 해야 하는게 아니라,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해내야 된다고 말하는 이 남자.
바쁜 가운데서도 아이를 위해 게임을 만들고 그림도 그리는 멋진 아빠!
'항상 일만 하는 아빠'님을 만나보자.
01 | 재활용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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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보고 우는 아이
저는 주말에도 늘 일만 하다 보니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었습니다. 퇴근도 늦어, 집에 와보면 아이가 자고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쩌다 집에 일찍 들어와도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TV만 볼 뿐, 아이와 잘 놀아주질 못했죠. 그러다 어느 날 집에서 말없이 아이를 바라봤는데, 아이가 굳은 제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큰 충격을 받았고, 이러다 영영 아이에게 일만 하는 괴물아빠로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아이에게 아빠를 좀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이미지로 바꿔주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솟아 올랐는데,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일주일에 7일 출근하다 보니 쉬는 날이 없어 다른 아빠들처럼 공원이나 놀이동산에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놀러 갈 시간은 없고, 아빠의 마음은 전해주고 싶고… 저는 그때까지 아이와 논다는 것은, 어디 멀리 여행을 가거나 밖에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작은 시도가 불러온 큰 변화
그러던 어느 날 응가 컴플렉스가 있는 아이를 위해 달력 한 장을 뜯어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 변기에 붙여줬는데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 하며 좋아했습니다. ‘똥 먹는 하마’란 이 그림은 아이의 똥을 먹고 자라는 하마입니다. 그걸 계기로 집에 있는 다른 재활용품으로 아이를 위한 놀이도구를 하나둘씩 만들게 되었고, 그걸 가지고 아이와 5분, 어떤 때는 10분씩 짧게 놀면서 스킨십 시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아내의 권유로 블로그에 제가 만든 게임을 하나 둘씩 올려보게 되었고, 제목도 ‘아빠와 함께하는 10분 게임’으로 지었습니다. 그때부터 저같이 바쁜 아빠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놀이도구를 만드는 과정과 동영상을 찍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렵게 만들면 쉽게 따라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순한 것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제 게임을 보신 한 이웃 분께서, ‘놀고 난 후 다시 재활용품 본연의 운명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재활용 게임’이라고 칭찬해 주셔서, 그때부터 저도 환경에 대한 기준을 갖고 게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장난감과 물건을 많이 사준다 하더라도, 저희 세대가 지난 후 아이들 손에 쓰레기 덩어리 지구를 남겨주게 된다면 그건 아이에 대한 사랑이 아닐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단순한 대신 아이가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아빠의 과장된 리액션과 음향효과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게임규칙을 만들어, 5분을 놀더라도 그 흥분과 재미가 하루 종일 가도록 머리를 많이 굴려 보았습니다. 나이 40이 넘은 굳은 머리라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나 둘씩 만들다 보니 10개월간 120여개의 재활용 게임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02 | 아빠가 만드는 게임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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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행복한 소리, 웃긴 아빠!
재활용 게임을 만들어 논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아이가 제게 메모지가 붙은 과자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게임을 만들어주고 놀아줘서 고맙다는 아이의 쪽지를 보고서,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 나 같은 일 중독 아빠도 할 수 있구나! 일하는 시간은 변함 없지만 매일 10분씩 노력해서 아이에게 최고의 아빠가 될 수가 있구나!’ 그리고 며칠 뒤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넌 ‘아빠’ 하면 뭐가 생각 나?” “웃겨요.” “뭐라고?” “아빠가 웃기다구요.” 비록 웃긴 아빠가 되긴 했지만.. 적어도 무서운 아빠, 화만 내는 아빠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위해 재활용 게임 말고도 여러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빠 나무인형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제가 출근한 후에도 아이 곁에 아빠를 남겨주고 싶은데, 세상에는 동물 인형, 엄마 인형은 많아도 아빠 인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TV에서 나오는 만화나 영화 속의 아빠 상도 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조연으로만 등장했지, 아빠라는 존재가 주연이 되는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놀면서 재미도 느끼고 공간구성력 발달도 시켜주는 아빠인형을 구상하게 되었고, 기왕 만드는 자연에 해가 덜 되는 나무소재로 아빠인형을 디자인해서 만들어주게 되었습니다. 또 그것을 그냥 갖고 놀라고 주는 것 만으로 그치지 않고, 재미있는 응용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해 주고 있는데 현재까지 총 15개의 게임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해보게 되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1. 재활용품으로 게임을 만들어 아이와 노는 사진과 동영상 올리기 (현재 120여가지 게임 만듦) 2. 일 중독 아빠를 외계에서 온 괴물로 생각하는 아이의 상상세계 만화 그리기 ('아빠몬스터' 19화 종결) 3.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친환경 원목 나무블럭 아빠인형으로 즐거운 게임 만들기 (15개의 게임 개발) 4.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인 면을 아이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혁신놀이터' 글과 사진 연재 중 5. 엄마, 아빠, 아이의 우리 가족대화를 토대로 웃음 빵 터지는 글과 그림 소개 "시트콤 가족" 연재중
이렇게 아이를 위해 이런 저런 것들을 자꾸 만들어 올리다 보니, 요즘 아이는 “아빠가 오늘은 또 무슨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줄까?” 하는 기대 속에 아빠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아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흥분, 전율, 기대, 재미’로 채워주려는 제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걸 요즘 느낍니다.
이것 저것 블로그를 통해 많이 하기는 하는데.. 사실 누구 앞에 내어놓기 부끄러운 아마추어적인 것들입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우스운 것들이 아이의 눈높이에 딱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런 유치한 놀이를 계속해서 해가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이런 것들을 통해 저와 제 아이의 관계가 더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었구요.. 일만 하는 괴물 아빠에서, 재미있는 것을 자꾸 만들어주는 웃긴 아빠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아빠의 마음을 전하는 아빠 쇼를 계속 할 생각입니다. 뭐.. 제 목표는 1단계는 괴물 아빠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 2단계는 어제보다 더 웃긴 아빠가 되는 것.. 이 정도인데.. 얼마나 그 목표에 다가갔는지는 아이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 어쨌든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꾸준한 일상으로 계속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
03 | 아이와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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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표부터 천천히!
제 경험을 되돌아보면.. “무엇을” 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가 중요했었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재활용품을 활용하셔도 좋고, 책이나 운동기구, 여행이나 목욕을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을 할 때 10분을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아빠의 연기력, 상상력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해 찐하게 함께 한다면 아이에게 아빠에 대한 따뜻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줄 것 같습니다. 우리 아빠들은 어차피 24시간 아이 곁에 있긴 힘드니까요.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아빠를 위한 엄마의 도움입니다. 저는 9년전 결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바쁘게 일만 하느라, 집안 청소, 설거지, 요리, 빨래 등 집안일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던 못난이 아빠입니다. 그런 제게 아내는 '청소기 돌려달라, 설거지 도와달라'는 부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늘 제게 '고마워요' 라고만 말했습니다. 9년간 말입니다. 올해 초 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 이렇게 제 스스로를 바꿔보고자 시작한 게 재활용 게임 만들기입니다. 저를 보고 울던 아이의 얼굴이 직접적인 시작배경이 되었지만, 간접적인 배경은 아내의 사랑에 보답하고픈 저의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늘 불평하지 않고 저를 좋게만 봐준 아내가 없었 |